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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정의, 검·경 개혁 여자들이 한다!’
- 3차 페미시국광장
<김학의 사건, 본질은 성폭력이다. 검찰이 주범이다!>
취재기자_ 재인(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조선일보-김학의-버닝썬-양진호-검찰에 대해 진실을 규명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7월 12일부터 ‘페미시국광장’을 매주 금요일 이어오고 있다. 지난 7월 26일 금요일에 열린 3차 페미시국광장에서는 ‘김/학/의/사/건, 본질은 성폭력이다! 검찰이 주범이다!’라는 주제로 ‘김학의 사건’에 대한 검찰 조직의 개혁을 촉구했다.
당일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렸지만, 3차 페미시국광장이 시작되던 저녁 7시부터는 비가 잦아들었다. 7시부터 ‘그래서, 김학의가 나랑 무슨 상관인데?’라는 제목의 광장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상담소 소장,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최현정 변호사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김학의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
‘성폭력’이 아닌 ‘뇌물죄’로 기소된 김학의
김학의 사건은 분명히 ‘성폭력’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를 뇌물죄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최선혜 소장은 “성폭력이 일어났던 ‘별장’의 수많은 가해자와 마찬가지로 검찰은 여성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뇌물죄’는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는 행위를 모두 포함하는 범죄이다. 검찰이 김학의를 뇌물죄로 기소했다는 것은 피해 여성이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대우받았음을 의미한다. 검찰이 김학의를 기소한 죄목은 검찰의 젠더 감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현정 변호사는 법리적인 측면에서 당시 김학의가 검사였기 때문에 성폭력으로 사건을 인정할 경우 2013년과 2014년에 사건을 성폭력으로 처리하지 않은 검찰 조직 자체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뇌물죄로 기소한 것이라 평했다.
검찰 출신 가해자인 김학의, 그로 인한 검찰의 조직적 은폐
‘성폭력 가해자인 김학의가 검사였기 때문에 성폭력 사건으로 처리되지 않는 것이냐’는 물음에 최현정 변호사는 “저는 그렇게 생각 한다”는 말로 발언을 이어나갔다. 합동강간에 해당하는 행위가 2013년과 2014년에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이유를 찾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최현정 변호사는 “검찰과거사위가 지난 3월 수사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에 착수할 단서 자체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검찰의 말은 검찰과거사위의 조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난 5월 29일 검찰과거사위는 김학의 사건에 대한 수사가 ‘봐주기 수사’였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유를 불문하고 이전의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으며, 여전히 수사에 착수할 단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2013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신뢰한 검찰
2013년 진행되었던 검찰 수사와 관련하여 최현정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피해자에 대한 전형적인 편견을 활용하여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려 했다”고 말했다. 2014년에도 같은 논리가 유지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다움’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부정하는 행위는 가장 공정해야 할 검찰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피해자다움’은 존재할 수 없다. 피해자는 피해를 입은 그 사실 자체로 존재하며, 이는 어떤 권력에 의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여성폭력 사안에 대해 여전히 불합리한 수사기관의 태도
현재까지도 공고히 유지되고 있는 수사기관의 태도에 대해 최선혜 소장은 “검찰의 의도와 통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김학의를 성범죄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을 탄핵하는 방법’을 택했다.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던 검찰은 ‘피해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모든 진술을 부정했다. 대신 가해자의 진술은 그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이유로 모두 수용했다. 검찰은 김학의가 피해 여성을 ‘모른다’고 한 말은 신뢰했다. 동시에 피해자들의 진술은 서로의 진술을 부정하는 데 이용당했다.
빈 수레만 요란한 검찰과거사위원회
검찰이 자신을 개혁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든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전까지 진행한 수사에 대해 ‘봐주기 수사’였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은 가려져있으며,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6월 25일 “검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했지만, 이후 실질적인 변화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최선혜 소장은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졌고, 이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검찰의 성폭력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공고하며, 피해자의 인권침해에 대해 어떠한 반성도 하지 않겠다는 것, 즉 개혁은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으로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학의가 나랑 무슨 상관인데?
김학의 사건이 해결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말에 최선혜 소장은 “일상적으로 성폭력이 일어나는 ‘별장’이라는 공간은 여러 이름을 가지며 지금까지 존재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검찰과 경찰은 오히려 가해자를 비호하는 세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말로 마지막 발언을 시작했다. 검찰에게는 스스로 개혁할 기회가 더 없는 것 같다며, 이제는 우리가 개혁해야 한다는 말로 최선혜 소장의 브리핑은 마무리되었다.
최현정 변호사는 “김학의 사건이 잘 해결된다는 것은, 이 사건이 덮였던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개입했는지를 밝히고,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조치하는 것이 포함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검찰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로 김학의 사건이 주는 의미를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수많은 “별장”이 있다’는 문장을 통해 김학의 사건과 우리와의 관게를 설명할 수 있다. 김학의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은 단순히 김학의 한 명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김학의‘들’을 처벌하고 ‘별장’이라는 공간을 존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받았다’는 가해자들, ‘할’ 우리들
브리핑 이후에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국여성의전화 회원인 김부정은님, 수원여성의전화 활동가 마소현님,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 이진옥님이 발언을 진행했다.
김부정은님은 “가해자들은 늘 ‘받았다’라고 말했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모두가 ‘받았다’라고만 말하는 비겁한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했고, 하고 있고, 할 것이다’”라는 말로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의 마음을 대변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고, 또 같이 연대하는 만큼 검찰 역시 ‘국가 최고 법집행 기관’에 걸맞게 무언가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 한다”라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다음 발언은 수원여성의전화 마소현 활동가가 이어갔다. 마소현 활동가는 성인지적 감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검찰에게 ‘당신들이 말하는 성접대의 본질은 성범죄’임을 강조하며 “권력에 고개 숙이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검찰로 본질에 접근한 수사를 하기를 바란다”는 말로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이진옥 대표는 “여성 검사 비율 30%, 여성 경찰 48%라고 연일 언론은 이야기하지만, 현재 권력에 여성은 없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검찰과 경찰의 여성 비율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성폭력 사건을 수사했던 권력에 여성은 없었고, 그래서 우리가 길거리에 나온 것이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경찰·검찰 개혁은 꼭 여성들이 해야 한다”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그날 모인 수십 명의 사람이 외친 구호에는 우리가 할 일들이 담겨져 있었다. 2013년과 2014년의 수사, 그리고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조사 등 검찰은 그동안 수많은 기회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그 기회를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를 외면하는데 사용했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사용할 때이다.
<김학의는 어디에나 있다> - 검찰·경찰 개혁 여자들이 한다
뒤이어 <김학의는 어디에나 있다>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김학의’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가해자가 지금까지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은 채 존재하는 것을 알리기 위한 이번 퍼포먼스에는 수많은 가해자를 의미하는 검은 천을 쓴 8명이 등장했다. ‘합의된 성관계다’ ‘공소시효가 지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는 가해자의 말이 적힌 피켓을 든 8명은 차례대로 가해자의 말을 읽었고, 모인 사람들은 이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구호를 외친 후 익명의 사람들은 복면을 벗고 가해자의 말이 적힌 피켓을 부숴 없앴다. 8개의 피켓, 8개의 가해자의 말이 바닥에 부서져 버려지고 난 후 사람들은 함께 ‘검찰·경찰 개혁 여자들이 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3차 페미시국광장은 마무리되었다.
비가 잦아들 즈음 페미시국광장이 열려 오늘도 함께 외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김부정은님의 말처럼, 우리는 그동안 ‘해왔고, 하고 있으며, 할 것이다.’ 비가 완전히 그치지 않은 3차 페미시국광장에서도 우리는 그동안 외쳐왔던 구호를 계속 외쳤고, 매주 금요일마다 외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해오지 ‘못했던’ 검찰과 경찰 개혁을 ‘하고 있고’, ‘할 것이다’.
4차 페미시국광장은 8월 2일에 열릴 예정이다. ‘검찰·경찰 개혁 여자들이 한다’는 이번 3차 페미시국광장의 구호처럼 검찰과 경찰의 개혁을 직접 이루기 위해 여성들은 매주 금요일 모일 예정이다. 4차 페미시국광장에서는 ‘웹하드카르텔, 양진호는 아직도 처벌받지 않았다!’라는 주제로 사회에 존재하는 양진호‘들’은커녕 양진호 한 명도 기소하지 않는 검찰을 향해 개혁할 것을 외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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