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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페미시국광장은 7월 19일(금) 저녁 7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제법 세찬 바람과 빗방울이 흩날렸지만, 2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두번째 페미시국광장을 시작했습니다. 

 

두번째 광장의 주제는  “버닝썬, 핵심은 강간문화카르텔이다. 공조세력 검경을 갈아엎자!”였습니다. 

 

클럽 버닝썬은 약물 강간, 성폭력, 성매매, 불법촬영물 생산과 유포, 마약류 유통 등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침해하고 도구화하는 범죄의 온상이었습니다. 공권력 유착의혹에 대해 장관, 대통령까지 나서서 철저한 수사를 공언했고, 경찰청장은 경찰의 명운을 걸겠다고도 했지만 하지만 수사 결과는 너무도 초라했습니다.

 

버닝썬은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침해하고 착취하는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 문화와 성차별적 구조가 그대로 반영된 사건입니다. 버닝썬 사건의 본질은 남성들의 강간문화와 공권력을 포함한 남성연대, 그것으로 유지되는 거대하고 불법적인 성산업 카르텔입니다. 

 

김주희 여성학 연구자의 이야기로 광장은 시작됐습니다. 

 

"‘버닝썬 게이트’로 각종 소문만 무성할 뿐 진실은 무엇인지, 연루자와 책임자 처벌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우리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이 강간문화카르텔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잘 아는 사실을 검찰, 경찰만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검경 공조세력을 갈아엎고자 오늘 우리가 이렇게 여기 모여 있습니다."

 

"성매매, 불법촬영, 약물강간 등 ‘버닝썬 게이트’를 구성하는 각종 사건의 면면은 사실 우리 사회에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문제들입니다. 물뽕이라 불리는 GHB만해도 국내에서 첫 적발이 이루어진 지 20년이 지났지만, 최근까지도 공공연하게 온라인상에서 거래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버닝썬 게이트’를 통해 ‘새롭지 않은 것들의 새로운 조합 방식’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실로 ‘강간 비즈니스’라 부를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공모 조직과 그들의 태연한 일상에 경악했습니다."

 

"버닝썬 흥행에 핵심에는 승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승리라는 이름은 세 종류의 여성들이 만들었습니다. 여성 팬, 살아있는 여자, 그리고 죽은 여자.

(린사모로 대표되는) 아시아 금융 자본과 (전원산업으로 대표되는) 강남 부동산 자본이 한류 스타 승리의 명성과 그가 동원할 수 있는 연예계 인맥이라는 가치에 투자했고, 그 결과 클럽 운영을 명목으로 각종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버닝썬 카르텔’이 탄생하고 공고해질 수 있었습니다."

 

"헌신적인 여성 팬들은 승리를 한류 스타로 키워냈지만, 한류 스타 승리는 아시아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접대 자리에 ‘한국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동원하였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한 YG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이 방송 보도 52일 만에 드디어 정식 입건되었다고 합니다. 발전주의 시대 한국의 외교 매춘은, ‘한류 시대’ 엔터테인먼트 매춘으로 완벽하게 계승되고 있습니다."

 

(중략)

 

"클럽 관계자, 성폭력 가해자, 불법 촬영자, 불법 촬영물 공유자에 의해 통제되고 조절된 여성들의 육체가 만들어낸 한국 클럽의 스펙타클은 글로벌 투자자, 아시아 재벌, 한국 남성들이 강남의 버닝썬 클럽에서 주류와 테이블 비용을 지불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 됩니다. 나아가 한류 아이돌 사업가는 이렇게 보증된 여성들의 육체를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투자가능성을 확장해나갔습니다."

 

"우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통해 수익을 거두는 클럽, 기획사, 글로벌 투자회사 등 전방위적 산업 시스템과 남성들의 일상 문화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강간문화를 용인하고 심지어 권장해온 숨은 공신, 검경을 예의 주시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의를 바로 세울 때까지 멈추지 않고 ‘버닝썬 게이트’에 짱돌을 던지겠습니다."

 

김주희 여성학 연구자의 발언 전문은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페이스북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어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안소영 여성인권센터 보다 활동가는 

 

"비제이 방송에서는 집을 만들어 버닝팜이라고 짓고, 일부 남성들은 몰카보거나 공유하는 본인이 ‘정준영’이며 화내는 여성들에게는 “버닝썬하냐”며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버닝썬을 “그저” 웃음 거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버닝썬의 연관 검색어에는 버닝썬 여배우, 버닝썬 동영상 여자 등 버닝썬 피해자에 대해 파해치려 하고, 가해자보다 집중하는 2차가해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버닝썬의 더욱 악질적인 점은 성접대와 성매매로 세운 남성왕국을 만들어 성적으로 여성들을 착취하고 남성권력을 강화시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 피해자는 성인과 미성년자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으며, 우리는 경찰과 검찰, 넘어서는 언론사 또한 이를 묵인하고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할 것입니다."

 

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예인(서울대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님은 

 

"여성들은 집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늘 그 충격들을 마주해야했습니다. 여성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강간문화의 연장선상에서, 버닝썬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저는 제 일상의 공간인 대학에서 교수학생간, 그리고 가해자를 감싸주는 본부와 피해자,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강간문화를, 학교에서 지내는 매일매일 접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A교수는 성폭력 가해자로 학교의 징계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그는 여성 제자의 치마를 기습적으로 들어 올려 다리를 만지는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일들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학교는 4개월이 넘도록 징계 결정을 미루고 있으며, 피해자가 징계위 진행상황을 알려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권력을 지닌 교수로부터 가해지는 성폭력, 그리고 그 교수를 감싸는 대학본부의 모습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끊임없이 성폭력으로부터 느끼는 공포를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그 공포가 바로 강간문화의 증거입니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단오님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중앙대학교는 한명의 부회장을 제외하고 15명의 화장단 모두 남성이었다. 2018년 사회과학대학 회장선거에 출마했던 스텝 선본은 후보들이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자보에 여성혐오적인 테러를 겪어야 했다. 또한 올해 총학생회 성평등위원회에서 다른 학생회 단위에 성평등위원회 신설을 지원하고 이를 조직하는 페미니즘 올가니제이션 인 중앙유니버시티, 약칭 FOC의 기획안과 제안서를 단과대와 학과 단위 대표자들에 전달했다. 이후 에브리타임에 이 제안서가 공개되면서 성평위원들의 신상을 거론하며 인신공격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성차별적 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기획이 여성주의를 강요한다는 명목 하에 사과해야 했다. 이 사건들은 단순히 여성이 학생자치에 참여하지 않아서가 아닌 참여하는 데에 난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학에서는 총여가 폐지된 후 학생자치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과소대표되고 있다."

 

라며 대학 내 공고하게 자리잡은 남성 카르텔에 대해 규탄했습니다. 

 

황지수(숙명여대 총학생회장)님은 

 

"이 사건들은 여성이 시민이 아니고, 인간이 아니고, 물건으로 치부되었다는 끔찍한 사실을 보여줍니다. 아직 더 드러나지 않은 사실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우리르 다시금 참혹하게 만듭니다. 여성혐오와 성차별이 만연한 대한민국에서, 여성을 접대 도구로 생각하는 이 땅에서 우리는 슬프게도 살아남는 것조차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분노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이렇게 광장을 찾습니다. 굴하지 않고 이렇게 모여서 진실을 이야기합니다. 광장은 말하고 나면 흩어지는 대나무 숲이 아니라 내 곁의 당신과 함께 한다는 믿음을 선물하는 곳입니다. 대화하는 상대의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광장은 마음과 마음이 모여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가 외치는 진실들이 견고한 강간문화 카르텔에 균열을 내고 결국에는 깨뜨릴 것입니다. 길고 지난한 싸움이겠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과 함께 하기에 두렵지 않은 싸움일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힘이 되며 함께 싸우고 부딪혀 단단해지기를 바랍니다."

 

라고 외쳤습니다. 

 

자유발언이 끝난 후 퍼포먼스가 이어졌습니다.

2차 페미시국광장의 퍼포먼스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뤄졌습니다. 

 

집회 참석자들 앞에 놓여진 큰 종이에는 성차별적인 이 사회에서 여성에게 향하는 수많은 혐오발언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퍼포먼스 참여자들은 이 말들을 형형색색의 물감으로 즈려밟아 지웠습니다. 혐오발언이 지워진 물감 묻은 종이를 걷어내자 '성평등 세상'이라는 글자가 나타났습니다. 

 

빼곡하게 찍힌 발자국들은 결국 새로운 정의를 향한 길잡이가 됐습니다. 

 

우리들의 거침없이 내딛는 발걸음으로 강간문화, 남성카르텔은 깨질 것이며, 강력한 우리의 발자국은 결국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힐 것입니다.

 

우리의 연대의 걸음이 결국 새로운 정의를, 성평등 세상을 이뤄갈 것입니다.

 

“강간문화 숨은공신 검경을 즈려밟자!”
“남성카르텔 공조세력 검경을 갈아엎자!”
“누구를 위한 공권력인가 무너진 정의는 우리가 다시 세운다!” 
“무너진 정의는 우리가 다시 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검경은 제대로 수사해라!”

 

퍼포먼스를 끝으로 2차 페미시국광장은 마무리됐습니다. 

 

페미시국광장은 매주 금요일 7시, 같은 장소에서 계속됩니다.

미투는 끝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진실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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