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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금) 19시부터 열린 추모콘서트 <애도하고, 말하고, 노래하는 밤 - 그녀들의 싸움을 기억한다>는 약 200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참여했다. 주최측인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그녀들의 죽음 이후 수 많은 여성들이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가운데, 함께 모여 슬픔을 나누고 애도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다며 추모콘서트를 기획한 취지를 설명했다. 홍대입구역 7번 출구 앞 광장에서  진행된 이번 추모콘서트는 그녀들의 죽음 이후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9명의 시민 발언과 뮤지션 차연지, 미미시스터즈, 신승은, 이지구, 정민아, 안예은, 안혜경의 공연으로 이루어졌다.

 

 

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추모 콘서트에서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뮤지션 차연지는 '길에서 너에게'라는 노래를 부르기 전  "한 달 전, 그녀의 죽음에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이었고 무너졌다. 얼마 전 그녀의 죽음에는 마음이 부서졌다"고 말했다.  "멋있게 싸웠던, 그리고 싸우고 있는 너를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 다시 이런 무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공연을 열었다.

뮤지션 차연지&키보더, 그리고 추모 콘서트 참가자 앞에 놓인 촛불

 

 

 

공연 이후 이어진 시민발언에서는 "스러진 그 여성이 아팠음을 분명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삶속에서 어떤 저항을 해왔는지도 알고 있다. 이를 기억하고 마음을 나누며 온전히 아파하고 위로하고 슬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추모콘서트에 참여한 계기를 말했다.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삶이 치열하고 이 변화를 유지시키는 것 조차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도 나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내 옆에 자매는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얼마나 더 열심히 노력해야 내 목소리가 세상에 닿을지 알 수 없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보기도 한다."며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그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민 발언자

 

 

 

이어진 다음 시민발언자는 " 무수한 여성의 죽음은 너무도 많아서, 언론과 미디어에서 하도 떠들어대서, 남자의 일보다 중요하지 않아서 당연한 일이고 쉽게 여겨진다."며 "우리는 우리의 삶도 죽음도 잊히지 않게 할 것이고, 우리의 이름도 지나온 역사와는 달리 절대 지워지지 않게 싸울 것이다. 우리는 더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죽게 할 수 없다. 함께 목소릴 내고 연대하고 싸우며 살아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시민 발언자

 

 

 

 추모콘서트에서 미미시스터즈는 "악플에 시달린 적이 있다."며 "그때부터 왜 연예인들이 그렇게 힘든 선택을 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간접경험, 직접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많이 울었을 때 그때 서로를 위로해주고자 만들었던 노래인데, 이 노래는 웃으면서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우리 자연사 하자'라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듀오 뮤지션 미미시스터즈

 

 

미미시스터즈의 공연 이후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된 시민발언은 "목구멍이 아프도록 울음을 참아보지만 무슨 소용있겠나,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린다."고 말하며 "사회가 당신을 외면하고 짓밟을때 대한민국은 더이상 우리들의 나라가 아니다."고 그녀들이 죽게 한 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마임공연으로 애도를 표한 시민은 약3분가량의 마임으로 마치 그녀들과 우리를 짓밟아도 우리는 함께하고 또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 했다.

 

시민발언자 2명

 

 

 

이어서 무대에 선 뮤지션 이지구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며 한국사회의 사법부를 비판했다. "오늘 쌓이고 묵혀뒀던 감정들을 이야기 나누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하늘로 날려보냈으면 좋겠다."는 말로 추모콘서트에 참여한 시민들을 위로했다. 

 

여성폭력 생존자로서 추모콘서트에 참여한 한 발언자는 "미투 이후의 삶을 함께 지켜보자고 말하고 싶어 나왔다."며 "여러 사건들 속에 사람들은 가해자를 탓하고 화내지만 전 그런 감정에 가까워지는 것도 또 다른 과제였다. 뭐가 문제인지, 내 탓이 아니라는 것부터 배워야했고 화를 내는 것부터 배워야 했다."며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마주하는 것과 그 폭력에 대항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했다.

 

 

 

뮤지션 신승은

 

 

가야그머 뮤지션 정민아는 " 우리가 수천년 전 수수만년 전에도 여성들은 자유를 갈구하면서 싸워왔는데,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우리는 짓밟히더라도 계속 싸우고 있다."며 여성인권을 위해 싸우고, 지지하는 참여자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표했다.  이어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한달음에 왔다는 뮤지션 안혜경은 "오늘 이 자리에서 나는 먼저 간 딸들을 위해 노래하겠다."며 공연으로 그녀들을 애도했다. 

 

가야그머 뮤지션 정민아

 

 

마지막 시민발언자는 " 작년 11만명이 모였는데도 세상이 바뀌지 않았고, 손에서 모래 빠져나가듯 여성폭력으로 스러져 가는 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부채감과 슬픔을 느낀다."며 "설리 부고 기사에서조차 성적 모욕의 댓글을 달던 이들. '피해 동영상'을 기어코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든 이들. 여성 아이돌의 사생활을 조회수 장사를 위해 선정적으로 확대 재생산한 기자와 언론사. 이윤을 위해 여성 아이돌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 모두가 여성혐오의 가해자들이며 이 비극의 공범이다. 대한민국 사법부도 공범이며, 정의가 무너져도 끝끝내 피해자 곁에 서서 인권을 수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방기하는 법관들도 공범"이라며 여성폭력을 조장하고 동조하고 방관하는 사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뮤지션 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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